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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백두대간

노치마을에서 봉화산까지

노치 마을에서 권포마을까지

 

 

 


5일째 일정은 노치마을 - 수정봉 - 여원 - 고남산 - 권포마을이다.

 

아침에 누가 나를 깨운다.

 

어제 그분이다.

 

급히 배낭을 정리했다.

 

 

보폭이 달라 못 따라가겠다.

 

그분을 먼저 보냈다.

 


 

그분을 먼저 보내고 천천히 걸었다.

 

경사는 그리 심하지 않다. 그냥 동네 뒷동산 산책로다.

 

 

 

 

 

 

 

 

 

 

 

 

 

 

 

 

 

 

 

 

 

여원재 도착했다.

 

막걸리 집이 보인다.

 

배낭을 놓고 한숨 돌리고 막걸리를 시켰다.

 

혹시 그분이 있나 찾아봤더니 여기는 들리지 않고 바로 간 것 같다.

 

아쉽다. 또 혼자다.

 

 

 

여원재 주막

 

 

 

 

 

 

 

 

두부에다 삶은 달걀, 막걸리를 시켰다.

 

옆 화이트보드를 보니 여원재 주막을 다녀간 사람들이 남긴 글도 보인다.

 

그 글 속에 유독 눈길이 가는 곳이 있다,

 

파란 글씨로 적은 '다섯손가락's 백두대간종주'

 

아주머니에게 물으니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 시장 출마 전에 다녀간 흔적이란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다섯손가락 백두대간 종주' 글귀


 

 


 

 

여원재 주막 아주머니와 함께

 

 

여원재 주막에서 마신 막걸리 힘을 빌려 다시 길을 떠났다.

 

나지막한 산들을 지나 이제 고남산이다.

 

내 기억으론 고남산 오르는 길에서 꽤 고생한 것으로 기억된다.

 

산행 기록을 보니 '폭염주의보'라고 적혀 있다.

 

 

 

한무리의 산행팀과 같이 보폭을 맞췄다.

 

같이 다니니 힘이 된다.

 

특히 물을 나눠줄 사람이 근처에 있다는 것이 심리적 안정을 찾게 된다.

 

 

이 한무리는 일요일마다 백두대간을 코스별로 나누어 나는 산악회다.

 

50대 중반들로 보이는 분들이다.

 

참 보기 좋다.

 

 

 


 



 

 

 

 

 

 

 

 

고남산 정상에 올랐다.

 

정상에는 통신기기가 있다.

 

잠시 주위를 둘러본 후 산악회 무리와 함께 하산했다.

 

원래 계획은 매요 마을까지 바로 갈 계획이었는데

 

고남산 하산 도중에 벌에 쏘였다.

 

너무나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다.

 

나만 쏘인 게 아니라 같이 가던 산악회 여성 두 분도 벌에 쏘였다.

 

간단히 응급조치를 했지만

 

상황이 심각하다고 생각해 여성 두 분과 함께 통안재에서 권포 마을로 내려가는 길로

 

바로 내려왔다.

 


 


 

 

 

 

권포 마을에 도착하니 산악회 차량이 도착해 있다.

 

여성 두 분과 나는 산악회에서 준비한 응급 의료품으로 치료를 받았다.

 

몸이 욱신거린다.

 

 

산악회는 먹거리를 풍족하게 가져왔다.

 

나도 그들 틈에 끼여

 

오랜만에 고기로 단백질 보충을 했다.

 

 

한여름에 혼자서 백두대간을 타는 게 대단하다며

 

다들 한마디씩 하신다.

 

괜히 쑥스럽다.

 

어떤 분은 나와 사진을 찍자고도 하신다.

 

 

왁자지껄한 산악회 버스가 떠나고 다시 혼자가 되었다.

 

오늘은 어디서 잘까? ...

 

 

마을 회관이 눈에 들어온다.

 

오늘은 여기서 자자.

 

마을 회관에 들어가서 씻고 휴식을 취했다.

 

마을 분들에게 허락을 받지 않고 사용하기에 마음에 걸린다.

 

그래서인지, 마을 분들 눈에 띄지 않게 도둑처럼 아주 조용히 있었다.

 

 

잠시 한여름 장기 산행 때 꼭 씻고 자라고 말하기 싶다.

 

하루 이틀이면 괜찮지만 피곤하다고 그냥 자면

 

피부가 엉망이 된다.

 

따끔거리다 바로 걷지도 못할 만큼 피부가 악화될 수도 있다.

 

 

 

산악회 일행과 함께

 


 


 산악회 차량

 


권포마을회관

 

 

 

권포 마을회관에서 잠을 청했다.

 

그런데 잠이 오지 않는다. 모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마을 회관 밖을 지나가는 인기척 소리에 신경이 쓰인다.

 

아주 늦은 밤에 잠이 든 것 같다.

 

기억나는 건 달이 아주 밝았다.

 

 

산행 기록을 보았다.

 

 


 

 

 

기록을 보니 여원재 주막에서 아주머니와 나눈 대화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여원재 민박집(빨간집)이라고 되어있다.

 

아마도 지붕이 빨간 지붕이라 내가 이렇게 적었을 테다.

 

 

맨 밑을 보니 아주머니가 들려준 얼마 전에 돌아가신 이웃집 할아버지 이야기가 적혀있다

 

재산이 아주 많았지만 돈 쓰는데 인색했던 한 할아버지의 이야기 끝에

 

'악착스럽게 산다는 게 무슨 의미'라고 적혀있다.

 

 

주막집 아주머니가 한 말인지 아니면 내가 느낀 점을 적은 건지 잘 모르겠다.

 

누가 적었으면 어떠랴...

 

구구절절이 맞는 말인 것을....



 



권포마을에서 봉화산까지

 

 

 

 

6일째 일정은 권포마을 - 매요마을 - 새맥이재 - 복성이재 - 봉화산 일정이다.

 

권포 마을회관에서 도둑처럼 하룻밤을 지냈다.

 

새벽에 마을 어르신이 다녀가셨다.

 

마을회관에 인기척이 들리니 이상해서 다녀가신 모양이다.

 

 

잠도 설치고 여명이 밝자마자 짐을 꾸리고 매요 마을로 향했다.

 

어제 벌에 쏘이는 일이 없었으면 아마도 매요 마을에서 잠을 잤으리라.

 

 

매요 마을로 가는 길은 고요하다.

 

아직 새벽이라 달도 보인다.

 

 

 

 

 

 

 

매요 마을 가는 길


 

 

매요 마을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아침밥을 준비했다.

마을 정자 옆에서 가정집에서 물을 구했다.

정자 내부에 사람이 자고 있다.

자세히 보니 3일째 되는 날 만복대에서 만난 분이다.

부인으로 보이는 여성도 보인다.

아마도 생필품 지원을 하러 오신 모양이다.

부럽다. ​

마을 주민들이 투덜투덜 대는 소리가 들린다.

허락받지 않고 마을 정자를 이용한 부부에 대해 쓴소리다.

나도 괜스레 눈치밥이다.

어서 밥 먹고 이 마을을 떠나자. ​


 

 

 

​매요 마을에서 급히 밥을 먹고 자리를 떴다.

눈치를 주는 마을 어르신들만 아니었으면

만복대에서 만난 분과 인사도 나누고 음식도 좀 지원받았으면 했는데

마음대로 안됐다.


 


 

 


 

매요 마을을 지나 유치재에서 88고속도로를 넘는 육교를 지나

마을 길을 타고 사치재로 향했다.

마을을 지날 때마다 휴식을 취하고 물을 보충한다.

물만 보이면 무조건 마시고 수통에 물을 넣는다.

사치재에서 새맥이재로 가는 길에 고생 많이 했다.

도로 공사 등으로 등산로가 불분명하다.

693고지로 오르는 길을 찾지 못해 몇 번이고 다시 내려왔다.

정말 힘이 쭉쭉 빠진다. ​

등산로는 포기하고 그냥 작은 능선을 타고 693고지로 올랐다.

등산로를 찾지 못해 시간을 낭비한 탓인지 물이 모자라다.

사실 지도에 새맥이재 우물 표시가 있어

무게를 줄이려 물을 조금 밖에 지니지 않았다.

낭패다.

새맥이재로 급히 향했다. ​


 

​88고속도로를 넘는 유정육교


 

 


 


 


 


 



 

새맥이재에 도착했으나 물을 찾지 못 했다.

정확히 말하면 새맥이재를 찾지 못 했다.

수풀이 우거져 어디가 어딘지 분간조차 가지 않는다.

휴대폰 나침판에 의지해 방향만 잡고 달려가는 터라

여유가 없어 새맥이재를 찾지 못 했을 수도 있다.

물이 없으니 긴장감이 더해진다.

지도를 보니 복성이재가 나온다.

여기서도 물을 구하지 못하면 마을까지 내려가야 한다.

목은 마르고 마음은 바빠진다.

한여름 나홀로 산행의 최대 약점이 나를 물고 늘어진다. ​

 

 

한참을 쉬지 않고 가니 아막성이란 표지가 나온다.

휴~ 이제 나의 위치가 파악이 된다.

지나온 길이 제대로 된 길인지 분간조차 안되어 마음이 급했는데

제대로 찾아오긴 온 모양이다. ​


 

​복성이재에 도착했다.

한여름 햇빛에 탈 지경이다.

산행 기록을 보니 오늘도 폭염주의보다. ​

이리저리 둘러봐도 민가가 보이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복성이재 도로를 따라 한참을 내려가니

농장이 보인다.

그냥 주인도 없는 농장이다.

농장을 기웃거리니 농장 옆에 물이 흐르는 조그마한 실개천이 있다.

먹는 물인지 아닌지 따질 겨를도 없이 물을 보충했다.


 

​복성이재에서 대충 물을 보충하고 봉화산으로 향했다.

다시 오르막길을 오르려 하니 죽을 지경이다.

배낭 무게는 더욱 무거워지고

더위에 체력은 바닥상태다.

근근이 매봉에 올랐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매봉에서 봉화산까지 임도를 타고 이동했는데

정말 길고도 지루했던 것 같다.


 


 


  

죽을 고생을 다해 봉화산에 당도했다.

봉화산 정자에 사.람.이.있.다.​

정말 반갑다.

옥수수를 건네주신다.

정말 고맙게 먹었다.

옥수수는 조금 전 다녀간 산림청 직원이 전해 준 것이라 한다.

서로 통성명을 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

​백두대간을 40일째 타고 계신다고 한다.

17일 정도 타다가 몸이 좋지 않아 중간에 쉬었다가

 다시 도전하시는 중이라고 하신다.

부럽다.

내가 걸어온 몇 일만 걸어가면 백두대간 종주를 마치게 되는 것이다. ​

이 분은 정자에 텐트를 치고

나는 정자 옆에 타프를 쳤다.

사람이 옆에 있다고 생각하니 참 편안하다. ​



백두대간 종주자와 함께

 

 


 

 

 


봉화산 정자. 여기에서 하룻밤

 

 


 

 

산행 기록을 보니

 

'새맥이재 못 찾음, 물도 못 구함'이라고 적혀 있다.

 

'사치재 공사 길이 없어 고생함, 차라리 지리산 휴게소 방향으로 가서 당동에서 새맥이재로 가는 것이 좋음'

 

이라고 적혀있다.

 

 

아무튼 지금도 그날 고생했던 마음이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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