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갓골재 대피소에서 덕산재까지

삿갓골재 대피소에서 빼재까지

 

 

 

11일째 일정은 삿갓골재 대피소 - 무룡산 - 동엽령 - 백암봉 - 귀봉 - 지봉 - 월음령 - 대봉 - 빼재까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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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거창군에 행사를 와 있던 지인들을 빼재에서 만난 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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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삿갓골재 대피소에서 간단히 먹고

 

어제같이 동행한 분과 무룡산 방향으로 길을 떠났다.

 

향적봉으로 향하는 이 분과는 백암봉에서 헤어진 것으로 기억한다.

 

 

산행 기록을 보니

 

'달렸다. 뛰었다!'

 

라는 글씨가 보인다.

 

내 기억에도 상당히 속력을 낸 것을 기억된다.

 

 

백암봉까지는 지나는 등산객이 있어 그리 어렵지는 않았지만

 

백두대간으로 방향을 트니 역시 등산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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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암봉에서 귀봉쪽으로 접어들어 혼자 산행을 하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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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긴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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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봉에서 갈미봉까지 수풀 때문에 등산로가 명확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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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까지 자라난 수풀을 헤치고 ​가기가 여간 곤혹스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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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미봉 정도에서 아마도 물이 떨어져 고생한 게 어렴풋이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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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에게 빼재까지 와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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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되는 시간을 불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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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재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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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이 미리 와있었다. 정말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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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 차를 타고 거창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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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부족한 물품들을 다시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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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품 중에는 당연히 담배가 으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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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반 중에 안경 코받침대 한쪽이 사라졌다. 코가 너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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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 안경점에 들러 고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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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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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내 평생에 담배를 끊지는 못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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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등반 처음 며칠간 담배 때문에 산을 오르기가 너무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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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이참에 끊어보자고 생각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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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밥 먹고 난 후 땡기는 담배 맛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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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수 없이 오르막길에서는 담배를 참고 정상 또는 내리막길에는 담배를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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훨씬 산을 타기가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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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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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죽을 고생을 하면서도 끊지 못하는 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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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평생 끊지 못하겠구나 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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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값이 오른 요즘 주위에서 담배 끊어란 소릴 많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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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때마다 난 이 맛 좋은 것을 왜 끊냐며 맛있게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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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못 끊을 걸 알기 때문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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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들과 함께 지인들의 숙소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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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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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술과 음식을 마음껏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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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산행이 주는 외로움도 풀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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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사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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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사진 속에 나오는 후배가 결혼식을 올렸다.

​

아마 지금 신혼여행지 일 것이다.

​

이 글이 완성되면 카톡으로 보내 볼 참이다.

​

아마 깜짝 놀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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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영아 결혼 진심으로 축하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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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재에서 덕산재까지

 

 

 

12일째 일정은 빼재 - 수정봉 - 삼봉산 - 소사고개 - 삼도봉 - 덕산재까지다.

 

어제 밤을 흥겹게 보내고 다시 헤어지려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독한 마음먹고 다시 산을 올랐다.

 

 

백두대간을 탄다는 노부부와 함께 길을 걸었다.

 

수정봉에서 삼봉산 가는 길에 멧돼지를 만났다.

 

만났다기보다 그놈들이 도망갔다.

 

깜짝 놀랐다. 후덜덜하다.

 

너무 놀란 탓에 이제부터 미리 헛기침을 하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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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웅하는 지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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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봉산 정상에서 윤형삼이란 분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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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안부전화를 한다.

​

사람의 인연이란... 산의 인연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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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삼봉산 정상에서 만났을 때는 서먹서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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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은 휴일마다 백두대간을 정기적으로 타는 산사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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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사고개 주막에서 막걸리를 마시며 이분이 들려주시는 산 이야기를 한참을 나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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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레 친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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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사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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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형삼이란 형님과 소사고개 주막에서 잠시 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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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도봉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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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취기 때문인지 상당히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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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엄쉬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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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형님은 내 보폭 때문에 더 힘들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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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만나지 않았으면 덕산재 지나 부항령에서 하룻밤을 보냈을 텐데

​

나 때문에 걸음이 더디다. 미안하다.

​

형님은 내가 걱정이 되어서인지 계속 동행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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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도봉에서 윤형삼 형님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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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산행이라면 여름날 하루에 큰 산 하나 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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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날은 큰 산을 두개씩이나 넘어야 하니 보통 힘든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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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과 함께 삼도봉 - 대덕산 - 덕산재까지 동행했다.

 

대덕산 하산길에 계곡물이 시원하다.

 

형님과 나는 계곡물에 물도 보충하고 잠시 쉬었다.

 

 

 

 

 

 

 

 

 

형님의 원래 계획은 부항령에서 야영 계획이었는데

 

내 보폭에 맞추다 보니 덕산재에서 야영을 하게 되었다.

 

 

형님이 김천에 지인이 있다며 전화를 건다.

 

옛날 황악산을 타며 한번 만난 나이가 연배인 누님이라고 한다.

 

 

이 김천 누님에게 술이며 고기며 가져오라고 부탁한다.

 

아니 부탁이라기보다는 당연한 듯이 말한다.

 

신기하다.

 

 

두 번째 보는 사람에게 이렇게 당당하게 음식 부탁을 하다니...

 

내가 너무 신기하다고 하니

 

산을 타는 사람에게는 당연한 일이라며 입장이 바뀌어 만약에 누님이 자신에게 부탁을 하면

 

자신도 당연히 도와줄 거라 말한다.

 

 

더 황당한 건 이 김천 누님이 택시를 타고 덕산재까지

 

음식을 바로바로 싸 들고 진짜 왔다는 거다.

 

 너무 감동이다.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니 감사할 것 없다며 누군가 산에서 도움을 청하면

 

그 사람을 도와주면 된다고 한다.

 

 

 

 덕산재

 

 

 

 

 

 

 

 

 덕산재에서의 저녁

 

윤형삼 형님과 김천 누님

 

 

덕산재에 타프를 치고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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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를 잡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김천 누님이 도착했다. ​

 

김천 누님이 준비해 온 음식으로 배를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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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과 누님은 황악산에서 처음 만난 날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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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늦게까지 재미있게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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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은 누님이 너무 빨라 '황악산 날다람쥐'라고 불렀다.​

 

 

전혀 생각지 못한 인연이 연결된다.

 

윤형삼 형님과 김천 누님, 그리고, 유화종 영월 동생

 

이 세명은 이번 산행에서 가장 큰 수확이 아닐까 한다.

 

 

김천 누님을 보내드리고 형님은 1인용 텐트, 나는 타프에 몸을 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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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재의 밤이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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