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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해남 달마산 산행기 - 봄이 오는 땅 끝에 서다

해남 달마산 산행기 - 봄이 오는 땅 끝에 서다



달마산, 489M, 전남 해남

글쓴이 - 백두한라산악회 박광수




보리밭의 푸르름, 마늘의 향긋함이 시샘하듯이 저마다 먼저 올라와 봄의 기운을 받으려 한다. 봄은 벌써 제주의 꽃바람을 타고 남녘이 바다와 들녘으로 꽃의 향기를 전한다. 매화꽃 흩날림에 봄처녀의 서레임이 보이고 해처럼 붉은 동백은 핏빛 순정 송이째 떨어지면서 헤어지는 연인을 향해 애달픈 노래를 부른다. (당신을 정말 못 떠나실 거예요) 어디로 갈까 망설이다 땅끝마을로 봄 마중을 가기로 했다.


산수유의 노랑과 매화의 연분홍이 이 몸을 매료시키고 있다. 눈처럼 휘날리는 연분홍 빛깔 매화는 봄처녀를 유혹하고 산수유의 노랑은 처자들에게 꽃반지를 만들어 준다. 봄은 꽃피는 시절이요 향기의 계절이다. 정비석의 표현대로 봄의 행기가 여인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달마산.


이 산은 소백산맥의 끝자락이 두륜산에서 끝나는 듯 하다가 마지막 힘을 일으켜 용솟음 친 산으로 남도 땅끝인 토말에 이르기 직전 솟은 산으로 바다를 아우르고 있어 높이에 비해 산행시간이 많이 소요되며 험난한 바위로 덮여있어 산행을 하기에 꽤나 힘이 들게 한다. 불과 500m도 안되는 낮은 산이지만 산 전체를 덮은 사람 키보다 큰 조릿대와 암등들로 이어져 있어 결코 만만치 않은 산행이라는 것을 가르쳐준다.



또한, 기암들은 가까이 서나 멀리 서나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워 넋을 잃기에 충분하다. 달마산이라는 이름을 가진 유래는 중국의 여행자가 이곳까지 와 그 경치에 놀라 이 산이야말로 달마대사가 수도할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하여 달마대사에고 고하여 여기에서 수도하며 살게 하였다고 하여 달마산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송촌마을에서 산행을 시작하였다. 땅끝마을은 봄이 익어가고 있다. 들녘에서 봄나물을 뜯는 아낙네의 이마엔 구슬 같은 땀방울이 맺혀있다.

계곡 물만큼 푸른 승천 저수지엔 지난 겨울과 싸워낸 갈대들이 누렇게 빛바래 있고 버들가지는 토실히 살이 올라 있다. 앞을 막은 조릿대, 서로 뒤엉켜 있는 넝쿨들. 우거진 잡목은 문득 밀림을 연상케 한다. 어른 키보다 훨씬 자란 조릿대 숲길은 터널길을 만들어 놓았고 햇볕 한줌 들어오지 못하도록 촘촘히 박혀 있다. 겨우 길을 트자 이젠 대나무 숲이 길을 막는다. 곧게 뻗은 대나무들의 위용과 청정한 기상, 대숲사이로 빠져나가는 섬뜩한 바람 소리에 새들은 놀라 달아난다. 조릿대 길과 풀 섶을 몇 번이나 지나니 이젠 우뚝한 바위들이 앞을 가로막는다. 쏟아질 듯한 너덜지대와 양손을 이용하는 오르는 급경사의 바윗길 저 길을 어떻게 통과해야 하나하는 생각에 발걸음을 더디게 한다. 오르락 내리락 계속 이어지는 길과 일직선으로 뻗어있는 능선길이 재미있고 알송달송한 것이 달마산의 매력을 느끼게 한다. 구멍 뚫린 암벽 사이로 보이는 바다. 어느정도 높이까지 올라온 모양이다. 다시금 급오르막의 바윗길. 숏다리의 비애를 느끼는 순간 다리가 올라가지 않는다. 양옆의 바위에 큰 힘을 주고 다리를 뻗어보지만 이 놈의 다리가 짧아 힘겹게 올라서니 또 다른 바윗길이 이어지고 급내리막이 기다린다. 함께 한 일행이 남 클때 뭐했나고 놀려댄다. 눈앞이 조금씩 트이는 것이 능선길에 다 온 모양이다. 부드럽고 온화한 능선 눈앞은 완전히 트이고 완도바다에 떠 있는 섬들은 봄나들이 나온 갈매기들을 맞이하고 있다.



산에서 바라다보는 바다는 그지없이 부드러움을 느끼게 한다. 한참이나 바라보니 사량도의 지리망산이 생각난다. 억새풀이 긴 능선길과 험한 바윗산에도 이렇게 넓은 억새밭이 있다는 것이 사뭇 신기하다. 가뿐한 걸음으로 정상에 닿았다.


막힘 없는 조망. 영암의 월출산 가까이 두륜산이 있고 완도, 진도, 진안의 바다가 거침없이 눈에 박힌다. 완도 넘어 제주의 한라산은 가물하게 보이고 부처처럼 떠 있는 섬들이 봄을 마음껏 즐기고 있다. 정말 육지 끝에 와 있다는 것이 실감나게 한다. 날은 깨끗하고 잔잔히 부는 바람 억새밭의 초원, 그리고 봄바다 미황사로 내려오는 길을 잡았다.




달마산 산행기


송이채로 떨어지는 동백 처연히 빛바래가는 동백의 슬픔. 어쩜 동백은 송이채로 떨어지는 것이 떠나가는 임에 대한 슬픔에 후두둑 눈물처럼 떨어질까.



미황사.

이 절은 신라 경덕왕8년(749)에 창건되었다니 하나 조선 숙종 때 건립설이 유력하다. 전설에 의하면 신라 때 바닷가에서 소가 등과 불상과 불경을 싣고 오다가 현재의 대웅전 앞에서 크게 울고 쓰러져 죽은지라 그 자리에 묻고 마을 이름을 우문리라 하고 누런 황소가 왔다하여 미황사라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산행을 마치고 20분 거리 땅끝마을 갈두리에 들어갔다.

이제 더 이상 갈 곳 없는 육지의 끝머리. 이곳에서 예로부터 지리적 조건으로 유배생활을 단골지역으로 많은 선비들이 이 곳에서 유배의 길을 가야만 했다. 정약용이 그러하였고 윤선도 또한 이곳으로 유배되었다. 또한 산, 바다, 역사문화 유적, 음식의 맛을 다 갖춘 곳이다. 산과 바다가 아우러져 별다른 운치가 있고 멋이 있다. 남도에서 나는 넉넉한 해산물과 농산물에 아낙의 정갈한 손끝 맛이 어느 음식점에 가 동동주 한 사발을 마신다해도 20여 가지의 안주가 나온다. 땅끝 갈두리 사자봉을 가볍게 산행을 한다. 소백산맥의 마지막 봉우리 사자봉(112m)을 만들고 길고 긴 자락을 남해 바다 밑으로 파고들어 갔다. 이 산 정상을 올라가 보자.


정약용 선생의 민초들에 대한 사랑을 느껴보고 윤선도의 어부사시사를 들어보자. 그리고, 사자봉 정상에서 백두대간으로 이어지는 국토사랑을 생각해보라. 이 곳 사자봉에서 백두산 장군봉으로 산길로 이어지는 국토의 허파가 하나로 이어지는 날이 하루속히 제대로 숨쉬는 백두대간이 되기를 한나라를 산으로 다녀도 중간에 길이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나라는 이 나라 정녕 복 받은 민족이 아닐까 - 국토사랑, 민족사랑, 조선의 혼이 하루 빨리 일어나는 그날 오기를 기리면서 -



달마산과 남도 여행 길잡이


마산에서 해남 가는 버스가 몇 편 있다.(4시간 소요)

잘 곳은 해남읍내에 있으며 미황사나 송촌마을 부근에는 민박하는 곳이 없다.

먹거리는 무궁하지만 어느 집을 가더라도 푸짐하게 나온다. 막걸리 한잔 마셔도 5~6가지 기본 안주가 나오고 맛 또한 좋다. 볼거리는 갈두리의 땅끝 보길도의 부용동 동백나무, 강진의 다산초당과 백련사 등 1박2일 일정을 가지고 가면 진도, 완도, 해남 방면을 여행할 수 있다. 유홍준 선생의 남도1번지의 답사지가 바로 이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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